어느 순간부터 행복, 기쁨, 슬픔, 불안 등 나를 만들어가는 하루하루의 감정들이 기억 저편으로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는 글 속에 감동이나 교훈 같은 것들은 없겠지만 분명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가끔씩 위로가 되길 바라며 써내려 가본다.

주말 한 끼 정도는 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우리 부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메뉴를 고민하다가 파스타를 먹기로 결정했다. 처음 들어갔던 식당은 웨이팅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딜 가야 하나 고민하면서 동네를 돌다가 한 커플이 카페 같은 곳을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가보니 파스타를 파는 양식집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어려워하는 우리 부부는 어쩐 일인지 그 커플을 따라 새로운 식당에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매콤한 해산물 파스타와 감자뇨끼는 요 근래 먹어본 것 중에 제일이었다. 요즘 칼칼한 것이 당긴다던 와이프는 매콤한 해산물 파스타를 맛보고 오랜만에 입맛이 도는 듯했다. 양식으로 맛본 칼칼함은 김치찌개나 칼국수에서 느껴지는 칼칼함과는 사뭇 달랐지만 그만큼 깊이 있다고 느껴졌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평일에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하기에 주말 한 끼가 더욱 소중한데 음식 하나로 같이 기뻐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요리를 준비해 준 식당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주는 오래간만에 서울 데이트를 나간다. 평양냉면을 먹고 고속버스터미널에 가서 디저트를 먹고 쇼핑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왔다. 나는 회사가 서울이라 매일 오는 곳이 서울이지만 집 근처 직장을 다니는 와이프는 마음먹지 않으면 나오기 쉽지 않은 곳이다. 결혼 전에는 매일 만나던 곳이었지만 결혼 후에는 2달에 한번 정도 올까 싶다. 그 어느 도시보다 변화가 빠른 곳이다 보니 오랜만에 와서 새로운 것들이 많다고 느껴졌다고 한다. 물론 진미평양냉면도 오랜만에 방문이었다. 1년 반 정도 되었을까 평양냉면의 삼삼한 국물이 먹고 싶다 하여 오랜만에 방문하였다. 예전에는 본관에 자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옆사람과 거의 합석 비슷한 느낌으로 식사를 했었는데 이번에 방문하니 별관을 넓히고 그곳을 본관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자리가 예전보다 많이 넓어졌다. 비교적 넓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기 전부터 이미 평양냉면과 수육을 먹기로 결심하였기에 메뉴 선정에 지체 없이 앉자마자 주문을 넣었다.

자연스럽게 주변 테이블은 무얼 먹나 살펴보았는데 불고기나 어복쟁반과 함께 반주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았다. 주말 낮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반주는 평일 저녁 회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달까. 그 기분을 알 것 같아서 즐겁기도 했고 이 와중에 회사 생각이 머리를 지배할까 빨리 냉면으로 생각을 돌린다. 고깃집 냉면과는 다르게 이 집 평양냉면은 면발이 질기지 않아서 좋다. 요즘 먹방을 보면 면치기라고 하면서 면을 자르지 않고 끝까지 후루룩 입에 넣으시는 분들도 많은데 나는 그렇게 먹으면 오히려 더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잘라먹는 것을 선호한다. 국물은 처음 먹어보면 "생각보다 간이 되어있네"라고 느낄 정도지만 먹다 보면 미각의 역치가 높아져서 그런지 슴슴한 맛으로 변한다. 역시나 워낙 유명한 맛집이라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같은 날 냉면을 먹고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지하철역에서 바로 연결된 신세계 백화점으로 들어서니 지하에 처음 보는 디저트 가게들의 화려함에 한번 놀랐고 모든 매장마다 웨이팅을 하고 있는 인파에 두 번 놀랐다. 일단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가 가려던 옷가게를 찾아 들어가면서 몇몇 디저트 가게들을 눈도장 찍어둔다. 그중 한 곳이 바로 'RAPL'이라는 애플파이를 파는 곳이었다. 일본에서 유명한 애플파이 집이라고 한다. 사과 과육과 커스터드 크림의 달콤한 조합으로 흔히 먹던 애플파이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맛이었다. 애플파이를 찜해두고 옷가게에 들어갔지만 원하는 옷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백화점에 왔으니 한번 쓱 둘러보자며 위층부터 차례차례 내려오며 아이쇼핑을 하다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Penfield'라는 브랜드였는데 자유로운 카우보이 스타일에 최신 트렌드를 얹은 느낌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을 힙하게 만들었기에 독창적이어서 좋았던 것 같고 무엇보다 가격도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 치고는 저렴했기에 다음번에 쇼핑을 한다면 여기서 옷을 하나 사야겠다고 다짐하며 사진을 남겨두었다.